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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알렉산드로스 제국과 헬레니즘 문화

by kraneco 2024. 11. 1.

알렉산드로스 제국

 마케도니아 왕 필립포스의 뒤를 이은 알렉산드로스는 기원전 334년에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의 병사들을 이끌고 페르시아 원정길에 올랐다. 그는 순식간에 소아시아, 시리아, 이집트를 정복하고 이어 다리우스 3세의 군대를 격파하여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켰다. 그 후에도 그는 계속 동진하여 멀리 중앙아시아와 인도의 서북부까지 진출하여 세계사상 처음으로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3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세웠다. 그는 정복지의 여기저기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세워 그리스의 상인, 학자, 문인, 예술가 등 여러 계층 사람들을 이주시켜 그리스의 문화를 보급시키는 한편, 그리스인과 오리엔트인과의 결혼을 장려하는 등 동서를 융합하여 세계적인 대제국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기원전 323년 알렉산드로스가 32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아직 기틀이 잡히지 않았던 그의 제국은 그의 부하들에 의해서 마케도니아, 시리아, 이집트의 새 왕국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그 중에서 가장 부강한 왕국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하의 이집트였으며, 나일강 하류의 지중해 연안에 세워진 알렉산드리아는 당대 세계 최대의 상업도시로 발전하여 지중해 무역을 지배했다. 이들 세 나라는 제각기 알렉산드로스의 정책을 계승하여 각지에 그리스식의 도시를 세워 그리스인들을 이주시키고 그리스어와 그리스인들의 생활방식을 전파했다. 이리하여 비록 통일제국은 이루지 못했지만 인도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많은 도시가 번성하고 교역이 크게 발달했으며, 그리스 문명이 널리 오리엔트 세계에 전파되어 이른바 헬레니즘 문명이 발달했다. 그러나 기원전 2세기 이래 서쪽 로마의 세력이 동부지중해에 미쳐 먼저 마케도니아가 그 지배하에 들게 되더니, 기원전 1세기 후엽까지는 시리아와 이집트까지도 모두 로마에 의해서 멸망당했다.

 

헬레니즘 문화

 역사가들은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에서 로마에 의한 3국의 멸망까지의 약 300년 동안을 헬레니즘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그것은 알렉산드로스의 동서융합정책과 많은 그리스인들의 이주로 말미암아 그리스 문화가 널리 오리엔트 지방에 보급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탄생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문화를 헬레니즘 문화라 하여 이제까지의 고전 그리스 문화와 구별하고 있다. 그것은 후자가 폴리스 중심의 문화였던 데 대해서 전자는 폴리스를 초월한, 말하자면 세계적 문화였기 때문이다.

 고전기 그리스인들의 생활의 중심이며 지주였던 폴리스가 무너지고 오리엔트적 전제군주제가 출현하자 그리스인들은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 셈이다. 그들은 이제 개개인으로 흩어져 이 세상에 내던져진 한편, 폴리스를 초월한 세계시민이 된 것이다. 폴리스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관심은 애국심이나 공공정신보다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구원에 있었고, 이러한 개인의 행복추구나 개인적 구원의 소망에서 민족적 구별은 있을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여기에서 헬레니즘 문화의 두가지 특징, 즉 개인주의와 세계시민주의가 부각되었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대에 왜 개인의 행복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에피쿠로스 학파나 스토아 학파의 철학,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려는 회의주의 학파나 신비주의자들의 철학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미트라교와 같은 오리엔트의 신비적 종교에 구원을 찾고, 이 시대의 미술, 특히 조각에서 인간적 고뇌(라오콘상)나 인체의 관능미(비너스상) 등이 눈에 띄게 나타나게 되는지, 그리고 이 시대에 초폴리스적인 학문인 자연과학이 크게 발전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자연과학의 발달

 그 중에서도 자연과학의 발달은 이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고전 그리스 시대의 자연과학이 주로 철학적 사색의 결과였던 데 대해 이 시대에는 더욱 실제적 과학지식이 발달했다. 특히 천문학 분야에서의 발전이 눈에 띄게 나타났는데, 아리스타르코스는 이때 이미 지동설을 내놓았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거의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 밖에도 평면기하학을 완성한 에우클레이데스, 기하학의 원리를 다른 과학의 분야에 적용하고 비중의 원리를 알아낸 아르키메데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뒤를 이어 인체해부학을 발전시킨 헤로필로스 등이 모두 이 시대에 나와서 고대 과학 발전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헬레니즘 문화는 흔히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융합된 문화라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의 동서융합정책에도 불구하고 두 문화는 그리 쉽게 융합되지는 않았다. 헬레니즘 문화란 실상 알렉산드로스와 그를 따른 그리스인들에 의해서 오리엔트 세계에 전파된 그리스풍 문화였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리엔트 사회를 지배한 그리스인들의 문화였으며, 그것은 오리엔트 사회의 밑바닥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많은 그리스 도시 역시 넓은 들판에 산재한 몇몇 점들에 불과했다. 로마 제국이 쇠퇴하자 오리엔트가 다시 그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것도, 이렇듯 헬레니즘 문화가 오리엔트 사회의 근원을 변경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